새출발하는 우리금융그룹...IT조직 재건에 명운 걸렸다

2019.03.15 10:16:04 / 관리자 134907

우리은행은 작년 5월초, 우여곡절 끝에 차세대 전산시스템을 개통했다. 어느새 1년이 다 돼간다. 

일반적으로, 은행권에서 차세대시스템이 가동된지 10개월 정도 지난 시점이면 IT조직의 분위기는 대개 긴장감이 없이 평온하다. 시스템 안정화가 완전히 끝났을 때라 더 이상 ‘차세대’ 이슈는 오르내리지 않고, 잔불(?)정리 할 것도 더 이상 없어서 야전침대에서 잠자며 며칠씩 밤샘하던 기억이 이제는 점차 하나 둘씩 무용담으로 변해가는 시점이다. 

하지만 우리은행의 상황은 겉에서 보기에도 이러한 여유로움과는 분명히 거리가 있어 보인다. 

작년말 새롭게 진용이 짜여진 우리은행 IT부문 지휘라인들이 이제 본격적인 IT전략을 짜내야 할 시점이다.

더구나 올해는 우리금융지주사의 공식 출범과 함께 다시 우리금융그룹이 출항하는 첫 해다. 그룹의 심장인 우리은행의 역할이 절대적이다. 손태승 회장은 올해 초 신년기자간담회에서 역시 우리은행의 IT역량 강화를 포함한 그룹 전체의 ‘디지털 역량 강화’를 주문했다. 디지털 역량의 결국 IT인프라의 경쟁력에서 출발한다. 말의 성찬만으로는 결코 달성할 수 없다.

최근 1~2년새  KB, 신한, 하나금융 등 경쟁사들이 역동적으로 디지털 전략을 제시한 것과 비교해 우리은행의 행보는 상대적으로 역동성이 떨어졌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이런 저런 이유로 우리은행의 내부 긴장감이 고조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우리금융지주사는 지난 4일, ICT기획단을 출범시키고 노진호 전무를 영입했다. 그룹 차원에서 IT부문의 분위기를 새롭게 전환하고, IT조직을 재정비하는 모습이다. LG CNS, 한글과컴퓨터를 거친 외부 전문가인 노 전무는 우리금융그룹의 IT 및 디지털부문 컨트롤타워를 맡게 됐다.

앞서 지난 2016년부터 2년여간 차세대시스템을 입안, 기획하고 실행에 옮겼던 지휘라인들이 차세대시스템 가동을 전후로 모두 은행을 떠났다. 외부에 표면화되지는 않았지만 내부적으로는 그 책임을 분명하게 물은 것이다.  

이광구 행장은 불명예퇴진했고, 이 전 행장 시절 디지털금융그룹장으로 CDO와 CIO 조직까지 총괄했던 조재현 부행장은 차세대시스템 개통을 앞두고 2017년 말 퇴임했다. 차세대 ICT추진단을 맡아 차세대시스템 프로젝트를 전담했던 홍현풍 부행장은 2018년말 단행된 임원 인사에서 퇴진했다.

앞서 작년 5월말 발생한 전산 장애가 수습된 뒤 20일 후인 6월20일, 우리은행은 전격적으로 IT부문 조직개편을 단행한 바 있다. 

당시 우리은행은 ‘디지털혁신 및 정보보호 강화를 위한 조직개편’을 명분으로 기존 광범위한 역할을 포괄했던 디지털금융그룹을 해체했다. 그리고 기존 디지털금융그룹을 ▲디지털금융그룹(황원철 상무) ▲IT그룹(최홍식 상무)을 분리했다. 이와함께 기존 보안을 담당하는 정보보호단(CISO)은 정보보호그룹(홍현풍 부행장)으로 변경했다. 

◆재건되는 우리금융 IT조직, 다시 역동성을 찾을 수 있을까 = 그리고 5월뒤, 우리은행은 2019년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하면서 다시 IT조직에 변화를 줬다.▲ 디지털금융그룹(CDO)에 황원철, ▲IT그룹에 김성종, ▲정보보호(CISO)그룹에 고정현 상무를 새로 보임했다.

급으로 보자면 과거 이광구 행장 시절, 조재현 디지털금융그룹장이 총괄하던 부행장급과 비교해 현재는 각 그룹장 상무급으로, 2계단씩 내려앉았다. 3개의 그룹으로 분리됨에 따라 각 그룹장들간의 협업이 매우 중요해졌다.  

여기에 지난 4일, 금융지주사의 노진호 전무가 그룹 CIO, CDO, CISO의 장을 총괄하게 됐다. 노 전무는 LG CNS의 임원과, 한글과컴퓨터 대표를 역임했기때문에 외부 인사로 분류되긴 하지만 우리FIS에서 3년간 임원(2014~2017)을 지냈기때문에 우리금융의 사정에 밝다. 다만 외부  영입인사들이 제대로 기를 펴지 못하고 고사하는 사례가 많은 국내 금융권 문화의 특성을 감안할때, IT조직 재건에는 손 회장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이와함께 사실상 우리금융그룹 IT 파워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우리FIS에는 올해부터 우리은행 개인그룹 부행장을 역임한 이동연 사장이 취임했다. 이동연 사장은 IT부서 출신이 아니지만 조직의 균형을 잡고, 중장기 전략을 제시하는 역할이 기대된다.  

전체적으로 보면, 우리은행을 중심으로 한 우리금융그룹의 IT조직력은 다른 지주회사형 금융그룹과 비교해 아직은 그 짜임새가 강건한 느낌을 주지는 못하고 있다. 시기적으로 IT조직이 세팅된 과정이 아직 얼마되지 않았기 때문인데, 어쩔 수 없이 당분간 안정화 과정이 필요하다. 

◆지주사 재출범…기로에 선 우리FIS의 위상 = 앞으로 우리금융그룹 차원의 IT전략 구현에 있어서 가장 주목해야 할 것은 역시 그룹의 IT를 책임지는 우리FIS의 역할이다. 솔직하게 말하면 우리FIS의 새로운 위상 정립이 요구된다.

주지하다시피, 우리FIS는 국내 은행권에서 가장 선도적으로 이미 20년전에 SSC(Shared Service Center)로 전환했다. 하지만 우리FIS는 이런 저런 우여곡절때문에 역할에 비해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했다. 

오히려 4년전, 우리은행 민영화 논의 과정에서는 IT부서로 흡수되는 방안까지 나왔었다. 이 흡수 계획은 복잡한 이유로 보류되다가 지금까지 올해 지주사 중심의 우리금융그룹이 재출범하면서 사실상 백지화됐다. 우리은행 IT자회사에서 이젠 다시 그룹 IT허브라는 예전의 위상으로 되돌아가야할 상황에 놓이게 됐다.  

이미 20년 역사가 다 돼가는 우리FIS의 위상을 얘기하는 것은 여전히 본질적인 가치에 비해 저평가돼 있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최근 본격화되고 있는 디지털금융 인프라 경쟁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이런 저평가의 이유에는 여러가지가 있다. 그 중 우리은행과 우리FIS가 언제부터인가 '갑'과 '을' 수직적 의사소통 문화가 고착화된 것이 가장 커 보인다. 

이런 점에서 후발주자였던 하나금융그룹의 사례는 우리금융에게는 뼈아프다. 혁신적인 SSC 전략을 실현하기위해 지난 수년간 우리FIS를 벤치마킹해왔던 하나금융그룹이 지금은 국내 금융권에 SSC의 모범 답안을 제시하면 질주하고 있다. 

하나금융그룹의 IT허브 역할을 하는 하나금융티아이(대표 유시완)는 그룹차원의 전폭적인 지원, 분명한 글로벌 비전 제시, 유연하고 민첩한 IT 조직운영 전략, 연봉 등 복지수준의 조정 등에서 돋보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나금융티아이는 계열사들의 후선 지원조직이 아니라 오히려 계열사들의 디지털역량을 선도하는 견인차의 역할로 설정됐다.

지난해 10월, 하나금융 김정태 회장은 하나금융티아이의 본사가 있는 인천 청라의 하나금융데이터센터로 그룹의 전 관계사 대표이사 및 임원들을 소집한 뒤 ‘디지털 비전 선포식’을 가졌는데, 이는 IT를 그룹 차원의 통합 전략으로 앞세운 방향성과 맞물려 매우 상징적인 장면으로 받아들여진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SSC에 가장 경험이 풍부한 우리FIS, 그리고 거의 10여년의 소프트랜딩 과정을 통해 이제 SSC 본궤도에 올려놓기 시작한 하나금융그룹, 이 두 모델은 국내 다른 금융그룹들이 내심 강렬하게 구현하고 싶은 혁신성을 가졌다.

◆우리FIS가 지향해야 할 방향성은? ...올해 초 손 회장 발언, 방향성엔 시각차 = 그렇다면 우리FIS는 과연 어떤 방향으로 가야할 것인가. 일반적인 시각에선, 그동안 항상 2%가 부족했었던 SSC의 완벽한 구현이 우리FIS가 가야할 방향으로 보인다.

그러나 손태승 회장은 올해 초 신년기자간담회에서 우리FIS의 방향성과 관련해 의미있는 발언을 했다. 손 회장은 구체적인 방안이 결정된 것은 아니라는 전제하에서 “우리FIS를 통한 100% IT아웃소싱이 지금은 안 맞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 일부는 은행이 자체 개발하고, 일부는 우리FIS가 하는 방식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즉, 기획기능만 있는 현재의 우리은행 IT조직에, 우리FIS로부터 일부 개발및 운영 부문을 수평 이전 시키겠다는 의도로 해석됐다. 우리은행이 '갑', 우리FIS가 '을'인 수직적 구조에서 오는 부작용을 해소하겠다는 좋은 의도에서 나온 얘기로 해석된다. 다만  실제로 그것이 실행에 옮겨질 경우를 생각한다면 이는 전혀 다른 차원의 얘기가 된다. 

뒤집어 생각하면 이는 우리FIS의 역할 축소를 의미할 수 있다. 그리고 이는 시대적 추세와도 좀 거리가 있다. 이제는 정말로 SSC가 필요해진 시점이기 때문이다. 그룹 계열사를 묶는 IT 중심적인, 디지털중심적인 전략이 성공하려면 이제 SSC 전략이 전제돼야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KB금융을 포함해 그동안 많은 금융지주형 금융그룹들이 그룹내 IT조직을 통합하는 SSC 전략에 번번히 실패했던 것은 SSC의 기술적 문제가 아니라 다분히 노조를 포함해 정치적인 문제때문이었다. 남들이 시도도 제대로 못하는 가치있는 조직 구조를 필요이상으로 건드릴 필요는 없어 보인다.  

따라서 우리금융그룹이 그동안 우리FIS에게 부족했거나 아쉬웠던 부분을 보완하는 차원에서 발전방안이 제시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만약 우리FIS의 일부 조직과 기능을 떼내 우리은행 IT부서로 이동시킨다고 해도, 그 어색함과 어정쩡함이 해소되는데는 또 다시 몇년이 걸릴 것이다. 물론 그렇게해서 우리은행 내부의 IT조직이 새롭게 세팅된다고 해도 기존보다 엄청난 혁신성을 기대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특히 글로벌 금융권의 IT인프라 운영전략은 이제 클라우드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결국 우리FIS에 필요한 것은 '혁신적 보완'으로 보인다. 분명한 그룹의 비전과 IT의 역할, 과거 갑과 을의 수직적 문화에서의 과감한 탈피, 계열사와의 활발한 인력 교류, 복지 수준의 획기적 향상 등이다. 기존 우리FIS의 조직을 줄이고, 우리은행과의 역할을 기계적으로 나누는 것은 자칫 과거 '은행 IT자회사'의 전형적인 모습으로 퇴보할 수 있다. 

우리FIS에게 아쉬운 점은 여전히 2% 존재한다. 그 간극을 서둘러 메꾸는 것이 다시 20년전으로 조직 형태를 회귀하는 것 보다는 훨씬 더 쉽고, 경제적이며, 성공한 이후의 가치도 높아 보인다. 

우리금융그룹이 디지털금융 경쟁 주도권을 잡기위해선 IT경쟁력의 확보가 필수적이란 것은 너무 당연한 얘기다. 이와관련 우리금융그룹이 우리FIS의 역할 설정이 어떻게 설정해 나갈지가 앞으로 지켜봐야할 매우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다.   

<박기록 기자>rock@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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